생산자 이야기
Pitti with a View
Introducing - Pitti Uomo
Photo by Pittimmagine.com

피티 워모는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피렌체는 피티 워모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사람들로 들썩거리고, 행사장 안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만드는 새로운 옷들을 관망하는 재미도 쏠쏠하죠.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사람’ 이야기입니다. 

 

피티 워모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이 모입니다. 주로 셀러, 바이어, 프레스, 포토그래퍼, 투어리스트, 스태프 등이죠. 저는 잡지사의 ‘프레스’로서 피티 워모를 관찰하는 일을 합니다. 멋지게 옷을 입은 남자들의 모습을 보고 포토그래퍼와 함께 사진도 찍고, 브랜드에서 새로 출시한 옷들을 살피며, 피티 워모 기간에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 후 기사로 만들어 내죠. <루엘> 같은 잡지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본 피티 워모의 사람들은 주로 화려하게 꾸민 남자들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망각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피티 워모는 엄연한 ‘비즈니스’의 장입니다. 단순히 화려한 옷을 뽐내는 ‘쇼’장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생계와 연결되는 ‘현실적인 일터’라는 얘기죠. 이곳에는 저마다의 목표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이 기사에는 남자의 스타일과 관련된 내용은 없습니다. 그냥 관찰자의 시선으로 가볍게 바라본 피티 워모의 단면과 군상을 소소하게 담았습니다. 

 

 

Photo by Pitti Imag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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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 워모가 시작하고 나면, 포르테자 디 바소의 문 앞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인파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누군가는 이번 시즌의 매출을 걱정할 것이며, 어떤 이는 어서 새로운 옷을 바잉하고 싶을 테고, 또 다른 사람은 멋지게 입은 자신의 모습이 많은 포토그래퍼에게 찍히길 기대하겠죠. 피티 워모의 첫 날은 언제나 저마다의 동상이몽과 함께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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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 워모에 입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입장권을 받는 것입니다. 티켓은 바이어, 프레스, 포토그래퍼, 셀러, 투어리스트 등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각 티켓은 피티 워모의 티켓 오피스에서 수령할 수 있습니다. 피티 워모 첫날이 되면 티켓을 받기 위해 서있는 사람들의 긴 줄과, 피티 워모의 스태프들을 마주할 수 있죠. 이 스태프들은 이탈리아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도 꽤 친절한 편입니다. 요즘은 사전 등록만 해두면 ‘Pitti Smart’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마트폰에 티켓을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길게 줄 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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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입성하면 이런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간 사진으로 많이 봤을 피티 워모의 광장은 바로 이런 모습이죠. 이곳에서 사람들은 서로서로 사진을 찍고, 찍히고를 반복합니다. 엄청나게 뜨거운 태양을 아랑곳 않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성입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히기 위해 머무르고, 어떤 사람들은 이곳 난간에 앉아 수다를 나눕니다.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도요. 논리적으론 쉬 설명되지 않지만, 이런 이색적인 풍경이 바로 피티 워모의 매력일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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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피티 워모에서 사진을 찍힌 남자들은 보통 이런 모습입니다. 수트를 멋지게 차려입거나, 요즘 유행하는 스트리트 캐주얼을 입는 사람들도 있죠. 남들보다 튀어 보이기 위해 대놓고 독특하게 옷을 입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곳을 찾은 다양한 스타일의 남자들은 피티 워모가 선사하는 ‘시각적인 즐거움’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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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피티 워모의 본질은 스타일 경연 대회가 아닌 ‘사업 장소’입니다. 6개월간 숙고해 만든 옷을 파는 셀러와 이런 상품을 사려고 모인 바이어가 모인 곳이죠. 물론 저 같은 ‘프레스’들은 이들의 활동과 아이템들을 미디어를 통해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상상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피티 워모는 서울의 ‘동대문 도매 상가’를 떠올리면 됩니다. 차이가 있다면 물건을 바로 현장에서 건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한 후 약 6개월 뒤, 배송받는 시스템이죠.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이다 보니 이곳의 일상도 굉장히 치열합니다. 손님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제대로 된 바이어 하나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곳도 허다하죠. 조금이라도 물건값을 깎으려는 바이어와, 약간이라도 더 많은 수량을 판매하려는 셀러가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쉬 볼 수 있죠. 이런 바이어와 셀러의 치열한 신경전을 보는 것도 관찰자의 입장에선 꽤 흥미로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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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 워모는 규모가 꽤 큰 행사입니다. 올해로 92번째 전시가 열렸고, 4일 동안의 전시 기간에 이곳을 찾을 사람의 수만 약3만 명입니다. 피렌체 인구가 약 30만 명인데, 이 짧은 기간에 도시의 1/10에 해당하는 인구가 유입되다는 얘기죠. 도시 전체가 축제처럼 들썩일 정도입니다. 그만큼 행사의 범위가 크고, 조직적입니다. 행사장안에는 이곳을 찾은 방문자들을 위해 일하는 직원들이 참 많습니다. 안내 데스크, 프레스 센터, 식당, 케이터링 등 여러 장소에서 행사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사람들이 일하고 있죠. 어떤 브랜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밴드나 DJ를 초청해 흥을 돋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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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피티 워모는 국가와 시에서 직접 관장하는 행사입니다. 특정 기업이 사적 이윤 추구를 위해 열리는 곳이 아니에요. 피티 워모 전야제 날에는 피렌체 시장이 직접 축사를 하기도 하죠. 택시 기사, 호텔, 식당 등에서도 피티 워모를 찾은 사람들에게 환대를 해주는 편입니다. 행사장 앞에는 경찰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주변 교통정리나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사고들을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하죠. 피티 워모에서 만난 경찰이라 그런지 제복을 입은 이들의 모습이 굉장히 스타일리시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Photo by Pittimmag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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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피티 워모는 치열하면서도 흥미로우며,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는 행사입니다. 런던, 밀라노, 파리, 뉴욕에서 열리는 패션 위크가 제한된 사람에게 공개되는 이벤트라면, 피티 워모는 좀 더 대중적으로 열려있는 곳이에요. 매 시즌 피티 워모를 방문하지만 한 번도 지겹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 남성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강하게 응집된 피티 워모에서 자극을 받고 돌아갈 때가 많습니다. 이곳의 소식을 잘 알려야 한다는 왠지 모를 사명감도 생길 때가 있고요. 본인이 패션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피티 워모를 찾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직업을 떠나 남성복을 좋아한다면, 일생에 한 번쯤은 피티 워모가 열리는 피렌체를 경험해보는 것도 시도해 봄 직합니다. 물건을 사고팔아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 ‘관찰자’의 눈으로 이곳을 관망하는 건 분명 의미 있고 색다른 경험 일 테니까요.

 

- 루엘 패션 에디터 박정희




Written by JungHee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