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바지 길이 이야기
How To Wear Trousers

요즘 우리나라 남성들 중에 치렁치렁 한 길이의 바지를 입는 아저씨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은 너무나 고무적인 변화이다. 나 역시 오래된 비지니스웨어 전문 블로거로서 대한민국 남성들의 적절한 바지길이를 제안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다 자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와 같이 전 국민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대형 남성복 브랜드의 계몽 활동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양복을 구입할 때 점원이 가이드 해주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바지의 길이가 10년 전보다 한참 짧아진 것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 Mementomori Dress Cotton Socks
 

조르지오아르마니라는 걸출한 디자이너가 선보인 곡선적이며 중성적인 수트가 유행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의 일이다. 아르마니의 영향을 받아 한없이 길어질 것만 같던 남성복의 길이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또 한 명의 천재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디올옴므가 등장한 2000년대에 들어서이다. 짧고 스키니 한 디올옴므의 등장은 비지니스수트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수트 길이를 짧게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  Mementomori V.B.C Business Suit Dark Navy & Dress Cotton Socks 

 

남성복의 길이감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자켓이 끝나는 지점을 1이라 했을 때 자켓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지 기장이 끝나는 지점을 1로 잡는 것이다. 즉, 자켓이 길어지면 바지가 길어지고 자켓이 짧아지면 바지가 짧아지는 식의 발란스가 되는 것이다. 이 비율을 기본으로 취향에 따라 자켓을 조금 길거나 짧게, 바지를 조금 길거나 짧게 하는 정도로 조절하는 것은 세월이 변하고 유행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남성 수트의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인 것이다. 

 

다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 바지길이가 짧아진 이유를 말하자면 자켓 길이와의 상관관계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의 자켓 길이는 엉덩이를 살짝 덮는 정도의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캐주얼 한 느낌이 강한 것들은 엉덩이가 보일 정도로 짧은 것들도 많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지니스 수트의 경우, 짧더라도 엉덩이가 드러나 보이는 것은 상당히 천박해 보일 수가 있으므로 엉덩이를 살짝 덮을 정도의 길이감을 추천하고 싶다. 

 



>> Mementomori V.B.C Trousers

 

나는 나만의 바지길이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바지 앞 주름의 꺾임 정도로 그 길이를 가늠하는데 조금 짧은 듯하게 입고 싶을 땐 앞 주름의 꺾임이 없이 똑바로 뻗어 있는 정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정도가 좋을 때는 앞 주름 꺾임이 살짝 생길까 말까 할 정도, 살짝 길게 입고 싶을 땐 앞 주름이 한번 꺾이는 정도로 결정하곤 한다. 

 

- 한석인터내쇼날 대표 전정욱




 Written by Andy's Room